자다가 몸을 뒤치닥거리면 어느새 내 옆에 와서 자던 고양이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가끔 운이 나쁘면 잠결에 고양일 깔아뭉갠다. 그러게 누가 여기 와있으래냐. -_-;;
자려고 이불을 펴놓고 만화책이라도 꺼내들고 오면, 그새 이불 정중앙에 좋다고 드러누워 잘 폼을 잡고 있는 고양이. 잠자리를 두고 매일 밤마다 고양이랑 신경전을 벌인다.
퇴근해서 돌아와 불을 켜면 눈이 부셔서 정신 없어 하는 고양이. 날 보면 혀를 낼름거리는데 마치 "엿 먹어라~" 놀리는 거 같다. 가끔 앞발을 주먹쥐고 낼름거리며 핥을 땐 "이거나 먹어라~" 놀리는 거 같다. 근데 그런 모습도 무척 귀엽다.
우리 이쁜이, 이렇게 부르며 손을 가져가면 슥슥 코를 부비거나 머리를 부빈다. 그리곤 애무해달라며 목을 길게 늘이고는 가르릉 거린다. 어쩜 이리도 귀여울꼬.
모르는 척 고개 돌리고 만화책을 보고 있으면 5분도 안 되어 기척없이 내 옆에 와 있는 고냥이. 이 녀석도 모르는 척 내 옆에 또아리를 틀고는 슬쩍 등을 기댄다. 이리도 귀여울 수가 있나.
잠시 집 앞 슈퍼라도 갈 참이면 안아들고 나선다. 간만에 시원한 바람 맞으며 외출하니 좋은지 어깨 위에 턱을 올리고는 계속 두리번 거린다. 그러다 가끔 기분이 좋은지 어떤지 한숨을 팍 쉬는데... 몸무게 2키로도 안 나가는 녀석이 한숨이라니! 웃겨 죽겠다.
밥을 잘 안 먹어서 고민이다. 한달째 같은 사료 먹기가 질리는지 사료를 처음 바꿨을 때보다 먹는 양이 1/3은 줄어든 것 같다. 속상해라. 통조림을 따서 사료와 섞어주고 있다. 이렇게 주면 확실히 다 먹어치우지만 문제는 이건 하루 종일 담아두기 곤란하다는 거. 방에 통조림과 사료 냄세가 배어들어 역한 냄세가 풍기기도 하고. 여름엔 금새 상하기도 하고. 사료가 통조림의 수분을 빨아들여 눅눅해지면 맛이 안 좋아져서 나중엔 안 먹기도 하니까. 살이 쫙 빠진 상태라 좀 찌우고 싶은데 잘 먹질 않으니 애만 탄다.
작은 방에서 컴퓨터를 끝내고 내가 돌아오기를 큰방 문 앞에서 기다리는 녀석. 내가 돌아가면 언제 기다렸냐는 듯 후다닥 도망가 버리겠지만. 5분도 안 되어 다시 내 옆으로 올 걸 알고 있다.
말하지 않아도, 우리 이쁜이가 날 좋아하는 걸 알 수 있다. 사람도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숨)
<이퀄 리브리움>에서 감정을 거세당한 인류의 상징으로 등장했을 때는, 사실 그의 연기력을 기대하지 않았다. 좀 어리숙한 배우라 여겨졌다. 고작해야 몸을 갈고 닦고 무술을 연마한 액션 배우 정도로만 여겼다. 그러나 <배트맨 비긴즈>에서 그는 폭력에 대한 공포, 자기 안의 이기주의에 대한 공포에 짖눌린 브루스 웨인을 멋지게 보여냈다. 특히 진창을 뒹굴며 도피만 하던 때의 브루스 웨인, 수염 투성이 얼굴의 그는 매력적이었다.
<다크 나이트>에서 크리스천 베일은 소년의 미소를 간직하고 있음을 보여주엇다. 알프레드의 애정어린 갈굼(...)에 살짝 머썩해 하는 웃음과 폭스에게 새 배트맨 슈트를 개발해달라고 조를 때의 귀여운 미소. 자글자글 숨길 수 없는 얼굴의 잔 주름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음 속엔 어린 소년이 아직 존재함을 보여주었다.
아, 사랑스러워라... 나는, 가끔 철없다는 구박을 받을 지언정 '소년'을 아직 간직한 남자가 좋더라.
그리고 배트맨 마스크를 벗어던진 채 상처 받은 마음과 지친 영혼으로 새벽을 맞고 있던 모습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고뇌에 찬, 우수어린, 상처받은, 잡고 싶던 것을 영원히 잃어버린 아픔이 느껴졌다. 탄탄한 배트맨 슈트로도 가릴 수 없는 슬프게 무너져 내린 어깨가 보였다. 으아, 크리스천 베일, 당신 정말 멋있다. 부디 나이를 더 먹더라도 계속 '소년'을 간직해주길. 다음에 또 그 귀여운 미소로 돌아와줘요.
....하지만 히스 레저, 도대체 넌 왜 그랬니. 왜 죽었니, 이 바보야... 영화 더 찍었어야 할 것 아니냐. 영화를 내버려두고 넌 도대체 왜 그런 거냐. 엉엉... ㅜ_ㅜ
* 보려고 작심한 영화
- 기사 윌리엄 : 히스 레저, 네 풋사과 같던 모습이 그립다. 물오른 나무처럼 쭉쭉 뻗어가던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
- 아임 낫 데어 : 크리스천 베일, 노래까지?! 아니 정말 이 아저씨가 왜 이러셨데. 당신 알고보니 혹시... -_-;; 멋진 남자는 유부남 아님 이거라더니 설마 당신마저? 어쨌든 히스 레저랑 같이 나왔댄다. 일석이조가 따로 없네. 아흙... 보고 싶어요...
- 터미네이터 4 : 터미네이터는 이제 지겨워...였는데 크리스천 베일이 존 코너 역을 맡았댄다. 앗, 그럼 봐야죠. 더구나 <다크 나이트> 보다 전에 찍은 건지 피부가 더 좋으시다. 게다가 비쩍 말라서 얼굴이 뭐 해골바가지. 마른 타입이 좋긴 한데... 하긴 뭐, 베일 양은 근육량을 좀 줄여주면 내가 즐겁겠다. 블록버스터인 2. 3편은 내 취향이 아니었고 사라 코너와 카일 리스(마이클 빈)이 등장한 1편은 카일의 지고지순함에 함락당했었다. 이번 4편은 순전 베일 양 때문에 본다. 기다려진다, 2009. ㅜ_ㅜ
- 벨벳 골드마인 : 베일 양이 '이거'인지 의심스러운 영화가 바로 이거. 너무나도 '이거'삘 나는, "알라뷰, 한번만 안아주셈"이라는 분위기 팍팍 풍기던 순딩이 기자 아서 역이 바로 베일 양이었다뉘. 아니 어찌 그런... 이런 영화에서 갸릿한 몸매로 나오다가 갑자기 환골탈퇴라도 한 양 근육 팍팍 키워서 두툼한 가슴 두께 자랑하며 액션 영화 찍다니. 도대체 왜? 사랑에 실패라도 한 거? 갑자기 이전의 가리가리 순딩이 버젼에서 확 바뀌니까 당황스럽다. 베일 양, 솔직히 불어봐. -ㅁ-;;
엉엉... 히스 레저, 도대체 왜... 왜... 이 바부쟁아...
베일 양, 흑흑... 이퀄리브리엄을 보고 싶다. 비디오 테잎 가지고 있으나 플레이어가 없고나. <배트맨 비긴즈>도 다시 보고 싶다.
우울함이 스물스물, 장마철 습기처럼 발끝에서부터 차근히 올라오던 날. 좀 벗어나보려고 선택한 영화 <다크 나이트>. 결론부터 말해서, 우울할 때 보면 정말 쥐약이다.
스토리가 참 빵빵하다. 배트맨과 하비 덴트, 조커라는 세 캐릭터가 나오는데 어느 캐릭터도 누군가의 그늘에 가려지질 않는다. 내가 주의해서 지켜본 건 하비 덴트. 이 캐릭터가 후에 어떻게 악역이 되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이거 초장부터 연기력 팡팡 탄탄이다. 하비 덴트라는 대쪽처럼 곧은 이 청렴결백 검사께서는 대사 하나 하나 힘주어서 자신의 깨끗한 이미지를 어필하는데 순간적인 눈빛이나 걸음걸이부터 "나는 하비 덴트, 청렴결백 정의지상주의 검사지."라는 거다. 배트맨은 그가 자신을 대신해줄 영웅이라 추켜 세웠는데 처음엔 그 말이 빈정거림, 질투가 아닐까 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배트맨은 자신이 배트맨으로 계속 활약해야 한다는 것과 악을 소탕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에 조금씩 지쳐있었던 것. 하비 덴트라는 영웅, 빛 속에 선 영웅을 보며 자신은 받지 못한 사람들의 환호에 대리만족 했던 거다.
배트맨의 인간적인 고뇌, 특히 원작만화에 나타났던 철학적인 고뇌와 어두운 일면들이 이번 영화에서 일부 드러났다. 비록 만화가 진행되면서 역할이 달라지긴 했지만 로빈이라는 보조 캐릭터를 필요로 했던 것은, 배트맨 자신이 정의라는 자기 의지를 유지하기 위해 의지할 존재가 필요했기 때문인 거였고. 조커는 그에게 '너를 타락시킬 순 없다'고 조롱하듯 말한다. 그래, 배트맨의 무겁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는 정의에 대한 의지는 타락시킬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게 부메랑처럼 그 자신에게 돌아갈 거란 사실을 조커는 신랄하게 지적한 거다. 바로 하비 덴트의 타락을 말이다.
그 모든 일련의 스토리들이 점점 더 암울하고 우울하고 슬펐다. 사람들의 무지, 이기적인 자기 보호본능, 폭력성 등이 영화가 진행되면서 점차 커져갔고 그 과정조차도 인위적인 느낌이 아니라 내가 저 군중들 속에 있었어도 다르지 않았을 거란 동조 때문에 더 우울했다. 영웅은 없다. 구원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폭력 앞에 무방비하다. 영화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점점 패배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진실은 어디에? 어둠이 끝나고 새벽이 찾아올 때? 하지만 진실의일부는 숨겨졌다. 알프레드는 브루스 웨인에게서 진실 하나를 숨겼다. 그를 지탱해줄 오른팔과도 같던 인물 역시 그에게 분노하며 비난했다. 때론 형처럼, 때론 아버지처럼 혹은 스승처럼 친구처럼 그렇게 옆에 있어준 알프레드조차 없었다면 브루스가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이 다음의 배트맨에서는 제발, 이 우울함 끝에 새벽이 오고 영웅이자 구원자인 존재가 있다는, 헐리우드식 해피엔딩을 보여주기를. 전에는 그 헐리우드식 패턴을 비웃었으나 이번엔 그럴 수 없다. 나는 너무 우울하다, 영화를 본 후로.
조커 역의 히스 레저. 그의 연기력에 감탄했다.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어눌한 말투와 자신감 없이 구부정한 태도로 그 이전의 영리한 젊은 청년 이미지에서 확실한 변신을 보여줬었다. 그런데 이번 <다크 나이트>에선 광기어린 조커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줬다. 팀 버튼의 <배트맨>에 나왔던 조커와는 또 다른, 악의 밖에 없는, 아니 악의를 넘어서 사이코패스와도 같은 미치광이 조커였다. 히스 레저의 조커가 있었기에 <다크 나이트>의 우울함은 더욱 커졌다. 그가 있었기에 배트맨의 우울과 고뇌는 극한까지 치달아 펼쳐졌다. 히스 레저의 혼신을 다한 조커가 영화에 힘을 주었던 거다.
여기에 하비 덴트, <배트맨 비긴즈>에서 어리숙하니 정의감 뿐이던 짐 고든 형사가 우울하면서도 강한 행동력을 지닌 형사 고든으로 변모하여 등장했다. <배트맨 비긴즈>에서 제목 그대로 배트맨이라는 영웅이 탄생하기까지를 다뤘다면 이번에는 그의 고뇌와 그를 향한 세상의 잣대가 신랄하게 나타났다. 화려하게 우울한 영화. 패배감과 허무주의로 보는 이를 끌어가는 우울한 영화. 배우들의 연기력 만큼이나 탄탄한 스토리와 파워풀한 파괴장면이 보는 이를 괴롭히는 영화였다.
...히스 레저, 이 바보같은. 왜 죽은 거냐... ㅜ_ㅜ